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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업에서 제품 출시 과정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1. 제품 아이디에이션 단계
2. 제품 타당성 검토 및 출시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
3.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에 정식 출시하는 단계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이러한 제품 출시 과정을 사내 표준화하여 체계적으로 운영합니다. 성공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각 단계별로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과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이를 제품 기획에 엄격하게 적용하여, 결국은 성과가 좋을 수 밖에 없는 제품만을 선별하여 출시하는 것이죠.
제가 기업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서비스 기획 방법 또한 위의 각 단계별 효율을 높이는 체계적인 프레임워크와 프로세스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러한 프레임워크와 프로세스를 사용하여,
1. 팀원들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 아이디어만을 구상하게 하고,
2. 기업 내부적으로 제품 타당성 검토를 꼼꼼하게 진행하여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만을 선별할 수 있도록 하며,
3. 조직의 제품 개발 속도와 업무 처리 스피드를 높여 실행을 빠르게 합니다.
성공적인 서비스를 기획하려면, 위 세 단계 제품 기획 과정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제품은 특정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그만큼 제품 아이디에이션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즉,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익숙한 사고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사고의 힘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제품 기획에서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고객 중심 (customer centricity)’이라는 생각의 프레임워크입니다. 고객 중심과 고객 집중의 차이는 제가 전에 쓴 이 글에서 설명하였습니다.
제품 기획에서 사용하는 고객 중심적인 생각의 프레임워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준수합니다.
누군가는 위의 세 가지 원칙을 지키는 고객 중심적인 생각의 프레임워크가 매우 뻔한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세 가지 원칙을 제대로 알고 제품 기획에 적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따라서, 오늘은 위 세 가지 원칙 중 첫 번째 원칙인, 고객의 문제로부터 시작하는 제품 기획이란 정확하게 무엇인지, 그리고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고객이 겪는 문제란, 고객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고객 경험과 현재 상태의 격차, 즉 고객이 겪는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의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으려면, 고객의 겪는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인식하고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고객 경험의 기준이 되는 것은 돈, 시간, 불편함입니다. 즉,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고객은 최저가를 선호하고, 가장 빠른 속도를 원하며, 사용할 때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무결점 제품과 서비스를 무조건적으로 선호하는 것이죠.
고객이 겪는 문제를 기업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명확하게 인식하고 정의하는 일은 성공적인 제품 기획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고객의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것과, 늘 해오던 방식이으로 관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혁신적인 제품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름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고객의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최근 들어 리테일 테크 트렌드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완전 스마트 스토어’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이러한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조금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죠.
완전 스마트 스토어는 고객이 매장에 입장할 때 QR코드를 찍으면, 계산대에서 줄을 서지 않고 앱을 통해 물건 결제가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100% 무인 스토어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개선시켜 나가는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사실 이 서비스는 이미 아마존이 2016년부터 아무도 감히 이 길을 가지 않을 때, 아마존 혼자 지속적으로 개발해 온 무인매장 자동결제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하여 국내에서 차별화한 사례죠.
그렇다면 아마존은 어떻게 이러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생각해 내고 구현할 수 있었을까요?
그 시작점은 바로, 아마존이 시간에 쫓기는 바쁜 고객이 매장에서 물건을 살때 겪게 되는 문제인, ‘줄 서기’를 ‘문제’라고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아마존
아마존이 구현한 무인 자동결제 기술의 첫 테스트 베드였던 아마존 고 매장은 (Amazon Go) 미국 아마존 본사 캠퍼스 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마존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 지역은 점심 시간만 되면,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을 테이크 아웃해서 끼니를 때우려는 바쁜 회사원들이 매장에 몰리면서 줄이 길어지는 것이 일상이었죠. 아마존은 이러한 문제를 고객의 시간과 불편함 측면에서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했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무인 자동결제 서비스와 같은 독창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 입니다.
이처럼,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이 겪는 문제를 인지하는 고객 중심적인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반면, 보편적인 기업에서 하는 고객 집중적인 제품 기획을 하게되면, 대다수의 고객이 줄 서기를 없애달라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요구를 할 때까지 고객이 겪는 불편함을 문제라고 인지조차 하지 못할 수 있으며, 혹은 문제로 인식하더라도, 고객에게 어떻게 이 서비스를 팔아야 하지, 혹은 이게 돈이 되겠어라는 기업 중심적인 관점으로만 생각하면, 혁신적인 제품 아이디어를 발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고객 중심적인 제품 기획을 한다고 해서, 비영리기업처럼 기업의 수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업의 수익성과 사업성은 고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문제이므로, 제품 아이디에이션 단계에서는 고객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후에, 기업의 수익성과 사업성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보라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기업의 문제가 서로 뒤섞여 얽히게 되어, 혁신적인 제품은 커녕, 이도저도 아닌 제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객 중심적인 제품 기획에서 기업의 수익성은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하겠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면 고객이 겪는 ‘문제’는 무수히 많습니다.
사소한 예로, 고층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귀가 시간에 고층에 서있는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한참동안 기다려야 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씩은 있을 겁니다. 나는 피곤해서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은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한다라는 시간 낭비와 불편함이 바로 고객이 현실에서 겪는 문제이지요. 비록 현실은 이렇지만 가장 이상적인 고객 경험은 엘리베이터가 나의 귀가 시간에 맞춰서 일층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고객은 엘리베이터 회사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러려니 하며 관성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고객이 겪는 이러한 불편함을 ‘문제’로 인식하는 엘리베이터 회사는 과연 몇이나 될까요?
여러분들의 회사도, 여러분들의 고객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가장 이상적인 고객 경험과 고객이 직면한 현실과의 괴리를 없애는 것을 기업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성공적인 서비스 기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한 기업의 CEO였던 동시에 천재 프로덕트 매니저로 추앙받았던 대표적인 기업 리더입니다. 저는 스티브 잡스가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명성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가 그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에서 오는 예민함 때문이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항상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를 (=문제) 없애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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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가장 이상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제품 기획의 목표로 삼을 수 있을 때,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앞서 설명한 고객 중심적인 생각의 프레임워크는 기업에서 이러한 제품 기획을 체계적으로 하도록 하는 하나의 서비스 기획 방법을 제시합니다.
물론, 제가 가르치는 고객 중심적인 서비스 기획 방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도록 설계된 제품 기획 프레임워크를 참고하여 사용하는 것은, 서비스 기획에서 우리의 보편적인 사고로는 쉽게 놓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기회와 숨겨진 고객의 니즈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지금 만약 회사에서 출시한 제품과 서비스의 성과가 기대치보다 만족스럽지 않다면, 혹은 기업에서 성공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확장성 높은 방법을 찾고 계신다면, 스티브 잡스가 가진 완벽주의적 성향을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프로세스에 녹인 고객 중심적인 생각의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보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