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혁신 기업들의 제품 타당성 검토 프로세스

|  2024.04.07

제품의 성공 가능성 대비 비용의 효율을 따지는 제품 타당성 검토


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 바로 타당성 검토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 회사가 이 제품을 개발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죠.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영리 기업이라면, 당연히 이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을 추진하는데 드는 비용 대비 제품이 창출할 수 있는 미래 가치와 수익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성 검토의 핵심입니다.

즉, 제품의 ‘성공 가능성’ 대비 비용의 효율을 따져보는 것이죠.

그러나,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기업에서 제품 개발에 드는 비용을 산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그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센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매년, 3만 개 이상의 새로운 소비자 제품이 출시되지만 그 중 95%는 실패한다고 합니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업이 제품 출시 전에 성공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했다면, 실패한 제품은 출시부터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기업에서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다양한 데이터와 지표를 사용하여 제품의 미래 가치를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재무적 추측 작업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를 해 보신 분들은 제품을 출시한 후 제품의 실제 성과는 이러한 재무적 데이터가 예측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 에릭 리스는 정식 제품의 최소 기능만을 갖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고객의 반응을 빠르게 검증해 보라는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정식 제품 개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가급적이면 빨리 시장에 진출하여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해 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 방법은 기존 시장에서 이미 존재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점진적 개선에 적합한 시장 테스트 방법일 수는 있으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검증하는데 적합한 모델은 아닙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글 (아마존에서 린스타트업을 하지 않는 이유)에서 설명드렸습니다.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업무의 본질은 비평과 비판이지, 설득이 아니다.


혁신적인 제품 출시에 앞장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제품 타당성 검토의 본질이 ‘비평’과 ‘비판’임을 인지하고, 이에 최적화된 업무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합니다.

비평이란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여 가치를 논하는 것’을 의미하고, 비판은 ‘비평하여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비평하고 비판한다는 것은 제품이 목적할 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를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제품의 가치를 논하고 판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작 많은 기업에서 진행하는 제품 타당성 검토는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비평과 비판을 하는 업무 형태보다는 제품 출시 승인 권한을 가진 최종 결정권자를 ‘설득’하는 업무 형태로 변질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제품 개발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제품 기획자가 최종 결정권자에게 제품 타당성 검토 결과를 PPT형식으로 프레젠테이션하거나, 제안서 형식으로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기업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제품 아이디어를 디벨롭하고 제품 개발을 주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제품 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결국 최종 의사 결정권자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고 제품 개발 및 출시를 결정하게 됩니다.

제품 기획자라면 의사 결정권자의 취향과 입맛에 맞게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PT를 최대한 매력적이고 화려하게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하여 의사 결정권자에게 제품 출시 타당성을 강력하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 형태는 해당 업무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품 타당성 검토 업무의 본질은 객관적인 비평과 비판이지, 누구를 설득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선도 기업들의 제품 타당성 검토는 비평과 비판에 최적화 된 형태로 운영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실리콘밸리의 선도 기업들은 설득이 아닌, 객관적인 비평과 비판에 최적화 된 제품 타당성 검토 프로세스를 만들어 운영합니다.

이러한 업무 형태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1) 질문, 2) 논평, 3) 집단지성입니다.

기업에서 제품의 성공 가능성, 즉 제품이 목적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를 객관적으로 비평할 때, 필수적으로 답변해야 하는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제품이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가?
2. 우리 기업이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서, 1번은 제품의 목적, 즉 제품이 고객에게 주는 가치에 대한 질문이고, 2번은 목적 달성 가능성 여부, 즉 실행 계획의 타당성에 관한 질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선도 기업들은 제품이 고객에게 주는 가치와 실행 계획의 타당성 여부를 여러 각도에서 묻는 질문 형태의 제품 타당성 검토를 합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제품의 목적과 목적 달성 가능성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세부적인 질문을 하고 거기에 답변하는 업무 형태가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질문에 답변할 때는, 글머리 기호를 사용하여 간단하게 요점만 적는 것이 아니라, ‘논평’ 형식으로 답변하게 합니다.

논평이란 논술하여 비평하는 것으로, 제품에 대한 질문에 타당한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업무 형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업무 형태는,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프레젠테이션이나 업무 보고서에 간략하게 요약하여 보고 하는 형태와 비교하여, 제품에 대해 보다 더 깊게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아울러, 제품 기획자가 논평한 내용을 제품 출시와 관련된 사내 모든 업무 담당자들과 공유하고 그들의 자세한 피드백을 받는 업무 프로세스도 함께 운영합니다. 조직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객관적인 비평과 비판을 강화하는 것이죠.

비평과 비판에 최적화된 제품 타당성 검토 프로세스


비평과 비판에 최적화된 제품 타당성 검토 프로세스는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가장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우리의 주관적인 편견과 편향을 최대한 배제하고, 가장 객관적인 관점에서 제품 출시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국내 기업에서는 이러한 비평과 비판에 최적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것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제품 타당성 검토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비평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올바른 제품 출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탄탄한 내부 프로세스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축구 경기처럼, 기업 운영에도 전술이 중요합니다.


얼마 전, 국가 대표 축구 팀의 지도자로서 많은 질타를 받은 클리스만 감독을 기억하실 겁니다. 임기도 채우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이유는 바로 그의 무전술, 무책임한 리더십 때문이었습니다.

전략과 전술을 본래 손자병법에서 유래한 군사 용어로, 전략 (strategy)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계획, 즉 'what' 이라면, 전술 (tactics)은 해당 계획을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 'how'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뽑아 놓고도, 부진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국가 대표 팀의 지도자로서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명확한 전술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할 전술 없이 일부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 스타일'을 두고 ‘해줘 축구’라고’ 조롱한 팬들도 있었고, AP통신은 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던 한국이 탈락하자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은 의문 그 자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기업 운영에도 전술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선도 기업들은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전술적 기업 운영을 합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잘 알아서 하기를 바라기 보다는, 그들의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기업이 직접 고안하고 운영하는 것이죠.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기업이라면, 기업이 나서서 그러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술을 직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부분의 기업은 성공적인 제품 출시, 빠른 실행 등 성공하는 기업을 만드는 전략은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전술, 즉 how는 직원들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해줘 축구’처럼 그저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 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성공적인 기업 경영은 단순히 ‘좋은 의도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메커니즘’, 즉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기업 성공에 필요한 전술적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요.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 즉 how에 대한 고민도 투자도 없이 직원들이 스스로 최고의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기업 경영진들이 있다면, 클린스만 전 축구 감독처럼 무전술, 무책임한 리더십을 보이는 것과 다를 바가 있을까요?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 리더라면,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 하기를 바라기 보다는 기업이 나서서 그들의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을 도입하여 운영하는 것에 대해 한번 쯤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